“한인타운서 보여준 하모니 전국에 퍼지길”

“순정 박, 현 그랜트, 순자 김, 영애 유....”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이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3곳의 스파와 마사지숍에서 가한 총격으로 사망한 한인 4명을 포함, 사망한 8명의 이름이 불리자 집회 장소인 올림픽과 노먼디 주위는 잠시 숙연해졌다.

지난 27일 올림픽 불러바드에서 진행된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 평화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는 행진을 마친 후 피해자들을 위해 짧게 묵념하고 “우리는 이방인이 아닌 같은 미국인”이라며 아시아계를 겨냥한 인종차별과 증오 범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행진은 화랑청소년재단 사물놀이팀 학생들의 북과 꽹과리 소리에 맞춰 출발했다. 시위대는 ‘아시안을 향한 증오범죄를 멈추라(#StopAsianHate)’는 LA한인회 제임스 안 회장과 선두 리더들의 구호를 따라 외치며 올림픽 길을 걸었다.

시위대에는 LA한인타운 뿐만 아니라 라크레센타, 노스리지, 토런스, 풀러턴, 어바인 등 제법 먼 지역 거주 한인도 다수 참가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한 부모들이 꽤 많았으며 보행기를 끌며 걷는 시니어들도 있었다.

토런스에 거주하는 이일배(80)씨는 “미국은 자유와 정의의 나라다. 우리 자녀들이 거주하는 이 땅에 더는 인종차별 범죄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5살 된 큰 아이와 2살 된 쌍둥이 형제를 데리고 나온 한인 크리스틴 이씨와 남편 드와 누엔 부부는 “아이들에게 커뮤니티와 함께 하는 것을 가르치고 싶어 함께 행진하게 됐다”며 “우리 자녀들에게 더 이상 증오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카냐다에 거주하는 알렉스 차 변호사는 “아시안은 스마트하다는 선입관념(Model Minority)이 이런 증오범죄와 인종차별을 부추긴다”며 “이번 시위를 계기로 주류사회에 있는 아시안에 대한 보이지 않는 선입견과 차별이 없어지고 주류 정치인들도 각성해 증오범죄 근절에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시애틀에서 최근 한인타운으로 이주했다는 백인 킴 패터슨씨는 “한인 커뮤니티와 함께한다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어 룸메이트와 함께 나왔는데 한인 커뮤니티와 다인종이 하나된 모습에 감동했다”며 “이곳에서 보여주는 하모니가 미 전국에 퍼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가 굉장히 증가했지만 사실 우리는 그냥 참고 넘겨왔다”며 “그야말로 더는 참으면 안 된다. 이번 시위를 계기로 흑인, 라틴계, 유대인 등과 연대해 전 세계에 증오범죄 근절을 알릴 뿐만 아니라 미 주류사회에 한인사회가 변했음을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 자녀 세 명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리사 링 CNN 앵커는 “아시안을 향한 증오범죄가 중단될 때까지 계속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오늘처럼 모든 인종이 함께 하고 서로 지켜준다면 그날이 빨리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